
뇌졸중 치료 기술은 지난 10년간 크게 발전했습니다. 막힌 혈관을 직접 뚫는 혈전제거술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고, 뇌졸중 전문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곧장 이송되는 비율도 55.8%에서 78.2%로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정작 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숫자 하나는 10년째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증상 발생 후 3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한 비율은 2013년 35.4%, 2023년 36.6%로 사실상 그대로입니다. 병원 문턱을 넘기 전 단계에서 시간이 새고 있다는 뜻입니다.
1분에 뇌세포 200만 개
뇌경색은 뇌혈관이 막히는 순간부터 1분마다 약 200만 개의 신경세포가 죽습니다. 혈전용해제는 증상 발생 후 4시간 30분 안에 넣어야 하고, 검사와 약물 준비 시간을 빼면 환자는 3시간 안에 응급실에 도착해야 합니다. 이 시간을 넘기면 약을 쓸 수 없고, 후유 장애와 사망 위험이 급격히 올라갑니다.
- 국내 연간 뇌졸중 환자: 11만~15만 명, 이 중 약 80%가 뇌경색
- 골든타임 안에 재개통 치료를 받는 환자: 전체의 약 16%
- 증상 발생 3.5시간 이내 병원 도착: 약 26%
숫자만 보면 골든타임은 이미 대다수 환자에게 남의 이야기입니다.
두통·두드러기와 같은 칸
왜 이 지경일까. 이유 하나는 환자를 분류하는 기준 자체에 있습니다. 응급실은 환자가 도착하면 KTAS라는 5단계 중증도 분류표에 따라 진료 순서를 정합니다. 그런데 전체 뇌졸중 환자의 약 65%가 KTAS 3단계로 분류됩니다. 3단계에는 발열, 복통, 두드러기 같은 증상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초급성기 환자 일부만 2단계로 인정받습니다.
정부의 환자분류체계에서도 급성 뇌졸중은 상당수가 ‘일반진료질병군’에 속합니다. 뇌졸중은 암, 심장질환, 희귀·중증난치질환과 함께 4대 중증질환으로 지정돼 있지만, 진료비를 정산하고 병상을 배분하는 행정 기준에서는 중증으로 온전히 대접받지 못합니다.
여기에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이 겹칩니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의 일반병상을 최대 15%까지 줄이고 중환자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3년간 10조 원을 투입합니다. 일반병상이 줄면, 행정상 ‘일반질병군’으로 잡히는 뇌졸중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것이 대한뇌졸중학회의 우려입니다. 초급성기 정맥혈전용해술이나 집중치료실 치료를 받는 환자가 전체의 80%인데도 그렇습니다.
응급실에 뇌졸중을 아는 의사가 없다
분류 문제 뒤에는 사람 문제가 있습니다. 응급실에 뇌졸중을 판단할 신경과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응급의학과 의사가 배후 진료과에 연락해 환자를 받아줄지 확인하는 구조인데, 이 연결이 늦어지거나 끊기면 환자는 다른 병원을 찾아 이송됩니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입니다.
뇌졸중 전문의 수 자체가 적고, 24시간 대기하는 업무 강도 탓에 지원자는 계속 줄고 있습니다. 대한뇌졸중학회는 권역응급의료센터에 평일 주간부터 신경계 전담의를 배치하고, 이 전담의가 119와 직접 소통해 이송 단계에서 중증도와 시술 가능 여부를 판단하게 하자고 요구합니다. KTAS 분류표도 뇌졸중의 긴급성을 반영하도록 고쳐야 한다고 봅니다.
제도가 바뀔 때까지, 개인이 할 일
구조를 바꾸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 사이 환자가 직접 줄일 수 있는 시간이 있습니다.
가장 큰 변수는 이송 수단입니다. 구급차로 온 환자는 증상 발생부터 병원 도착까지 평균 2.3시간이 걸렸지만, 자가용이나 택시로 온 환자는 9.8시간이 걸렸습니다. 10년 전보다 오히려 늘었습니다. 증상이 의심되면 가족이 태우고 큰 병원으로 달려가는 대신 119를 부르는 편이 빠릅니다. 119는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직접 이송하기 때문입니다.
증상은 단순합니다. 한쪽 팔다리에 갑자기 힘이 빠지거나, 말이 어눌해지거나, 얼굴 한쪽이 처지면 시간을 확인하고 곧바로 119에 신고합니다. 증상이 몇 분 만에 사라져도 마찬가지입니다. 일과성 허혈발작은 큰 뇌졸중의 예고인 경우가 많습니다. 평소 자신의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알고 관리하는 것이 그다음입니다.
제도는 뇌졸중을 아직 최중증으로 대접하지 않습니다. 그 간극을 개인이 메우는 방법은 증상을 외워두고, 주저 없이 119를 부르는 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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