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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3년 뒤에 오는 집, 지금 사라지는 전세 - 정부 공급대책이 놓친 시간의 함정

by 디그놋 2026.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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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역대급 공급'을 발표할 때마다 어째서 집값은 먼저 뛰는 것일까. 지난 8월 13일 정부는 신규 택지를 포함해 23만 가구 이상을 추가로 공급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키워드는 '더 빨리, 더 많이'였다. 그런데 발표 직후 여론조사에서는 이 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이 56%에 달했고, 전월세 가격이 오를 것이라 내다본 응답도 55%를 넘었다. 공급을 늘리겠다는 발표가 오히려 불안을 키우는 이 역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정부의 시계와 시장의 시계가 다르게 흐르기 때문이다. 23만 가구라는 숫자가 실제 입주로 이어지기까지는 택지 조성, 인허가, 착공, 준공을 거쳐 최소 3년에서 4년이 걸린다. 그러나 세입자가 다음 계약을 걱정하는 시점은 지금이고, 실수요자가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시점도 지금이다. 미래의 공급은 오늘의 수요를 대체하지 못한다. 오히려 '지금 아니면 늦는다'는 조급함만 자극해 매수 심리를 앞당기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은 노무현 정부 시절 반복된 대규모 공급대책에서도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여기에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포함한 세제개편안이 겹치면서 시장의 반응은 한층 복잡해졌다.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주택에 대한 종부세를 올리자 나타난 현상은 자산의 축소가 아니라 재배치였다. 여러 채를 분산 보유하던 수요가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서울 상급지의 '덜 똘똘한 한 채'로 몰리는 흐름이 뚜렷해진 것이다. 이는 세금이라는 인센티브 구조가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자원을 왜곡시키는 전형적인 사례다. 규제가 촘촘해질수록 자금은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통로를 정확히 찾아 흐른다는 점에서, 이번 개편안 역시 예외가 되기 어렵다.

 

같은 시기 발표된 ISA 개편 논의도 이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절세 계좌를 손질해 금융자산으로 자금을 유도하려는 시도는 방향 자체는 타당하다. 그러나 한국 가계자산의 부동산 편중이 구조적으로 굳어진 상태에서, 세제 인센티브 하나를 조정하는 것만으로 자산의 물줄기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부동산이 여전히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자산이라는 학습된 믿음이 바뀌지 않는 한, 금융상품의 매력도를 아무리 높여도 자금은 결국 익숙한 곳으로 회귀한다.

 

결국 이번 대책이 드러낸 것은 정책의 실패라기보다 정책이 다룰 수 있는 시간의 한계다. 정부는 3년 후, 4년 후의 균형을 설계하지만 시민은 오늘의 계약서에 서명해야 한다. 이 간극을 메우는 것은 다음 대책 발표를 기다리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자산과 거주 계획을 스스로 점검하고 판단하는 일이다. 정책이 만든 시간표를 곧이곧대로 믿기보다, 그 시간표가 자신의 삶의 시간표와 얼마나 어긋나 있는지를 냉정하게 따져보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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