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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윗옷 벗고 우르르 달려와 피했다"… 한강 '상탈 러닝', 왜 과태료도 못 물릴까

by 디그놋 2026.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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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시에 접수된 러닝 관련 민원은 44건이었습니다. 그중 “웃통을 벗고 달린다”는 민원이 10건, 전체의 약 23%였습니다. 올해는 이 상의 탈의 민원 하나만으로 지난해 전체 건수를 이미 넘어섰습니다. 서울시가 내놓은 대책은 처벌이 아니라 현수막입니다. 한강공원 11곳에 “공공장소에서는 상의를 착용해 달라”는 문구를 내걸었고, 순찰 인력이 자율적인 착용을 권고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 장면은 사소해 보이지만, 그 밑에는 최근 5년간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몸집을 키운 여가 활동과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공공 규칙의 시차가 깔려 있습니다.

5년 만에 세 배가 된 인구

먼저 규모를 봐야 합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조깅·달리기 경험률은 2021년 23%에서 2023년 32%로 올랐고, 2025년 기준 국내 러닝 인구는 10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는 254회, 참가 인원은 100만 명을 넘었습니다.

  • 조깅·달리기 경험률: 2021년 23% → 2023년 32%
  • 러닝 인구 추정치: 2025년 기준 1000만 명
  • 국내 마라톤 대회: 지난해 254회, 참가자 100만 명 이상

문제는 이 인구가 대부분 같은 공간으로 몰린다는 점입니다. 한강공원과 도심 하천변 산책로는 원래 보행자와 자전거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폭 3~4m 남짓의 길입니다. 여기에 저녁 시간대 러너 수천 명이 더해지면서, 같은 길을 두고 유모차를 끄는 가족과 기록을 재는 러너가 정면으로 마주치게 됐습니다.

법은 왜 손을 못 대나

상의 탈의에 불쾌감을 느끼는 시민이 많은데도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법 조문에 있습니다. 경범죄처벌법상 과다노출은 “공개된 장소에서 성기·엉덩이 등 주요 부위를 노출해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행위”로 한정돼 있습니다. 단순 상반신 노출은 이 구성요건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은 계도와 권고가 전부입니다.

흥미로운 건 이 계도가 실제로 효과를 냈다는 점입니다. 서울시가 2025년 9월 안내 현수막을 설치한 뒤 정식 민원은 1건으로 급감했습니다. 뒤집어 보면, 강제력 없는 현수막 한 장으로 조정될 만큼 이 갈등의 근거가 법이 아니라 사회적 눈치에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매년 여름 논란이 되풀이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폭염이 오면 눈치의 임계점이 다시 낮아집니다.

자유와 민폐, 그 사이

러너들의 반론에도 나름의 근거가 있습니다. 폭염 속 열사병 예방에 도움이 되고, 길거리 흡연이나 공원 음주보다 타인에게 주는 직접적 피해가 작으며, 복장은 개인의 자유라는 주장입니다. 반대편 시민들은 가족 단위 이용객이 많은 공간에서의 불쾌감, 공용 운동기구에 땀이 묻는 위생 문제를 듭니다.

양쪽 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도덕 논쟁으로만 다루면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어느 쪽도 상대를 설득할 유인이 없고, 여름마다 같은 기사가 반복될 뿐입니다.

진짜 문제는 뛸 곳이 없다는 것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건 인프라입니다. 1000만 명이 뛰는데 러너 전용 레인, 야간 조명, 샤워·탈의 시설은 러닝 붐 이전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러너와 보행자가 같은 길을 공유하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상의 탈의든 “비키세요” 고성이든 마찰은 계속 생깁니다.

러닝 크루 내부에서도 자정 노력이 나오고 있습니다. 2열 이하로 달리기, 보행자 우선 양보, 야간 반사 조끼·조명 착용 같은 기본 규칙을 정해 공유하는 크루가 늘고 있습니다. 개인 차원에서 지금 할 수 있는 일도 분명합니다.

  • 붐비는 저녁 시간대(오후 7~9시)와 가족 단위 구간에서는 속도를 늦추고 보행자에게 길을 내줍니다.
  • 상의 탈의는 트랙 운동장이나 사람이 적은 시간대로 한정합니다.
  • 공용 운동기구 사용 후에는 땀을 닦습니다.

지자체에 필요한 건 현수막이 아니라 분리된 러닝 레인과 조명입니다. 시민에게 필요한 건 “내 자유”와 “남의 불편”이 같은 3m 길 위에서 부딪치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인정하는 태도입니다. 규칙이 정비되기 전까지, 그 간극을 메우는 건 결국 뛰는 사람 각자의 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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