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아파트값이 9월 둘째 주 기준 84주 연속 상승했습니다. 다음 주까지 오름세가 이어지면 문재인 정부 시절 기록한 85주 연속 상승과 타이를 이루며 역대 최장 기록에 도달합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강남구와 서초구는 각각 0.36%, 0.26% 떨어지며 6주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서울 전체 지수를 밀어 올리는 힘은 강남이 아니라 노원·도봉·강북, 성북 같은 외곽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가 대출과 세금, 거래 규제를 겹겹이 쌓아온 지역에서 오히려 상승세가 꺾이고, 규제의 그림자가 상대적으로 옅은 지역에서 값이 뛰는 구도입니다.
규제가 만든 역주행
정부는 올해도 DSR 대출 규제와 세제 강화를 통해 고가 주택 수요를 누르는 방향으로 정책을 짜왔습니다. 결과적으로 강남·서초는 실제로 6주 연속 하락했으니 정책 목표 자체는 달성된 셈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고가주택 대출 한도가 줄어들자 자금 여력이 있는 실수요자들까지 상급지 매수를 미루고, 대신 대출로 감당할 수 있는 하급지로 매수 범위를 넓혔습니다. 성북구는 올해 들어서만 14% 올랐고, 노원·도봉·강북 3구의 매수 건수는 45% 늘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를 규제가 강남을 누르자 그 압력이 외곽으로 빠져나갔다는 뜻에서 풍선효과라고 부릅니다.
대출 한도가 그은 새 지도
왜 하필 노도강과 성북일까요. 답은 평균 매매가격에 있습니다.
- 노원·도봉·강북 평균 매매가: 약 6억 4,100만 원
- 성북구 평균 매매가: 약 9억 4,300만 원
- 동대문구 평균 매매가: 약 9억 9,400만 원
- 강남·서초권 평균 매매가: 이들보다 수억 원 이상 높은 수준
DSR 규제 아래서는 소득이 같아도 집값이 낮을수록 대출로 채울 수 있는 비중이 커집니다. 그 결과 대출로 감당할 수 있는 동네가 곧 살 수 있는 동네가 되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여기에 서울시가 검토 중인 강북횡단선(목동역~청량리역, 25.79㎞) 같은 교통 호재 기대감까지 겹치면서, 외곽 지역의 매수세는 단순한 대체 수요를 넘어 자체적인 상승 동력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전세가 매매를 따라잡는 동네들
외곽 지역 상승세를 더 밀어붙이는 또 다른 변수는 전세가율입니다. 지난달 기준 서울 전체 아파트 전세가율은 50.28%였지만, 지역별 격차는 컸습니다.
- 강북구 63.4%, 금천구 62.95%, 중랑구 62.90%, 도봉구 61.11%, 은평구 60.26%
- 강남구 38.16%, 서초구 41.98%, 송파구 39.27%, 용산구 39.01%
일부 단지에서는 전세 호가와 매매 호가가 같은 수준까지 붙는 사례도 나타났습니다. 도봉구 방학동의 한 아파트는 134㎡ 평형의 전세 호가가 매매 호가와 동일한 수준에 형성돼 있습니다. "전세 사느니 대출을 조금 더 보태 집을 사는 게 낫다"는 계산이 서는 지역이 늘고 있다는 뜻입니다. 갭투자가 막힌 상황에서도 전세가율 상승이 실수요자의 매매 전환을 자극하고 있는 셈입니다.
흔들리는 규제, 지연되는 공급
여기에 정책 신호까지 시장의 기대를 자극했습니다. 정부는 애초 비거주 1주택자 종부세 기본공제를 9억 원으로 낮추려 했지만, 여론이 악화하자 현행 12억 원을 유지하는 쪽으로 물러섰습니다. 세부담 상한도 200%로 올리려던 계획을 접고 현행 150%를 유지했습니다. 시장은 이를 정부가 결국 완화 쪽으로 움직인다는 신호로 받아들였습니다. 동시에 공급 대책이 발표된 지 1년이 지나도록 도심 착공은 눈에 띄게 늘지 않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요 규제는 여론에 밀려 흔들리고, 공급 대책은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중 구조가 지금의 상승세를 떠받치고 있습니다.
지금의 상승은 서울 전역이 고르게 뛰는 국면이 아니라, 대출 한도와 전세가율이라는 두 가지 숫자가 만들어낸 특정 지역의 쏠림입니다. 무주택 실수요자라면 시세 뉴스보다 자신의 DSR 한도로 실제 매수 가능한 지역과 단지를 먼저 계산해야 합니다. 그리고 관심 있는 단지의 최근 전세가율을 직접 확인해, 전세와 매매 가격 차이가 좁아지고 있는 곳인지부터 판단하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가장 실질적인 대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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