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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같은 날 두 명이 쓰러졌대요"… 마라톤 심정지, 40대 러너가 출발 전에 알아야 할 모든 것

by 디그놋 2026.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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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9일 토요일, 두 곳의 마라톤 대회에서 40대 남성 참가자가 연달아 쓰러졌습니다. 오전 10시 10분 충남 금산군 금산인삼축제마라톤 13km 지점에서 한 명이, 두 시간 뒤인 낮 12시 5분 강원 춘천시 검봉산 산악마라톤 코스에서 46세 남성이 쓰러졌습니다. 금산의 참가자는 현장 의료진의 심폐소생술을 받고 이송돼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춘천의 참가자는 소방 헬기로 옮겨졌지만 숨졌습니다. 둘 다 스스로 대회에 등록하고 출발선에 설 만큼 몸에 자신이 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이 운동 중에 심장이 멈춘다는 것은 상식과 어긋나 보입니다. 하지만 통계는 이 사고가 드문 불운이 아니라 러닝 인구가 늘어난 만큼 예상 가능한 결과라는 쪽을 가리킵니다.

같은 날, 두 개의 결말

마라톤 중 심정지 연구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은 2012년 미국 의학저널 NEJM에 실린 분석입니다. 2000~2010년 미국 마라톤·하프마라톤 참가자 약 1,090만 명을 추적한 결과 심정지는 59건, 참가자 10만 명당 0.54건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42명이 숨졌습니다. 풀코스는 하프보다 발생률이 높았고,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이 연구에서 살아남은 사람과 숨진 사람을 가른 가장 큰 요인은 나이나 기록이 아니었습니다. 쓰러진 직후 옆에 있던 사람이 가슴 압박을 시작했느냐였습니다. 심정지는 발생 후 4~5분이 지나면 뇌 손상이 시작되고, 구급차는 수만 명이 달리는 통제 구간을 뚫고 오기 어렵습니다.

같은 달 4일 전남 여수 진남경기장에서도 운동하던 40대 남성이 쓰러졌습니다. 현장에 있던 간호사가 곧바로 가슴 압박을 시작했고, 비번이던 소방관이 자동심장충격기(AED)를 가져와 전기 충격을 가했습니다. 남성은 119가 도착하기 전 의식을 되찾았고 지금은 퇴원했습니다. 쓰러진 장소도, 나이도 비슷했지만 첫 10분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에 따라 결말이 갈렸습니다.

대회는 13배, 안전은 '권고'

국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마라톤 대회는 2020년 19회에서 2024년 254회로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참가자는 9,300명에서 100만 명 이상으로 불어났습니다. 사고도 따라 늘었습니다.

  • 2020~2024년 마라톤 대회 사고: 179건
  • 그중 2024년 한 해: 63건 (약 40%)
  • 참가자 증가 폭: 약 108배

현행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은 1,000명 이상이 모이는 체육행사 주최자에게 안전관리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있지만, 제출하지 않거나 지키지 않아도 처벌 규정이 없습니다. 서울시는 올해 1월 하프코스 대회는 구급차 12대 이상, 10km 대회는 6대 이상을 두고 모든 구급차에 응급구조사와 AED를 싣도록 지침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이는 서울에서 열리는 대회에 대한 권고이고, 지방 소도시 대회나 산악 코스는 주최 측의 역량에 따라 편차가 큽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연말까지 법을 고쳐 처벌 조항을 넣겠다는 입장이지만, 가을 대회 시즌은 이미 한창입니다.

제도가 따라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뜻입니다.

튼튼해 보이는 심장의 함정

중년 러너가 특히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운동유발성 고혈압' 때문입니다. 평소 혈압은 정상인데 운동 중에만 수축기 혈압이 남성 210mmHg, 여성 190mmHg 이상으로 치솟는 상태입니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박경민 교수와 성신여대 김영주 교수 연구팀이 논문 24편을 종합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일반 인구의 운동유발성 고혈압 비율: 3~4%
  • 중년 남성: 40%
  • 마라톤을 즐기는 중년: 56%

연구팀은 이 상태가 심근경색의 원인이 되는 죽상동맥경화, 부정맥, 심방세동 위험을 높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문제는 건강검진의 안정 시 혈압으로는 이 위험이 잡히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매년 검진에서 "혈압 정상"을 받아온 사람일수록 자신은 안전하다고 믿기 쉽습니다. 금산 대회에서 쓰러진 참가자도 병원에서 협심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가을이라는 계절도 변수입니다. 새벽 출발 시각의 찬 공기는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끌어올리고, 한낮으로 갈수록 기온이 올라 탈수가 겹칩니다. 기록 욕심에 후반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구간, 오르막과 반환점처럼 속도가 급변하는 지점이 사고가 몰리는 자리입니다.

출발선 전에 할 일

마라톤은 여전히 좋은 운동입니다. 규칙적으로 달리는 사람의 전체 사망 위험은 달리지 않는 사람보다 낮습니다. 다만 그 이득은 대회 당일 심장이 버텨줄 때 얻을 수 있습니다. 40세 이상이고 하프 이상을 준비한다면 아래 순서로 점검할 것을 권합니다.

  • 운동부하검사(트레드밀 검사)를 한 번 받습니다. 운동 중 혈압과 심전도 변화를 보는 검사로, 운동유발성 고혈압과 협심증을 가려낼 수 있습니다. 순환기내과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 가족 중 50대 이전에 심장 질환이나 돌연사를 겪은 사람이 있다면 심장초음파까지 확인합니다.
  • 대회 1~2주 전 감기·몸살을 앓았거나 수면이 부족하면 과감히 거리를 줄이거나 기권합니다.
  • 달리는 중 가슴 답답함, 평소와 다른 숨참, 어지럼증이 오면 즉시 걷고 의료 부스로 갑니다. 참고 버틴 1km가 가장 위험합니다.
  • 함께 뛰는 크루나 가족이 있다면 가슴 압박 요령과 AED 위치를 출발 전에 확인합니다.

대회 참가비에는 구급차와 의료진 비용이 포함돼 있지만, 그것이 도착하기까지의 몇 분은 누구도 대신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내 심장 상태를 확인하는 일과, 옆 사람이 쓰러졌을 때 손을 내미는 일은 러너 스스로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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